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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학이란

조경은 삶의 예술입니다

조경(造景; landscape architecture)은 삶의 예술입니다. 인간이 세계를 살며 자연과 만나 대화하고 문화를 일구어나가는 일상의 예술입니다. 그러므로 조경은 자연과 문화의 접점에서 벌어지는 생동감 있는 디자인 행위입니다. 이러한 디자인은 생각하기, 말하기, 글쓰기, 그림그리기, 만들고 짓기 등 다양한 인간 활동을 포함하는 복합적 행위이며, 실천뿐만 아니라 이론을, 실천과 이론의 대화를 요청합니다.

‘조경헌장’(한국조경학회 제정, 2013년)은 전문직능(profession)이자 학문분과(discipline)인 조경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형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하여 토지와 경관을 계획∙설계∙조성∙관리하는 문화적 행위이다.” ‘조경헌장’에 따르면, 조경은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입니다. 조경은 생태적 위기에 대처하는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고,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경관을 구현합니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은 조경의 책임이자 과제입니다.

조경학은 우리 삶과 문화의 바탕인 토지와 환경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가꾸는 학문입니다. 1973년, 국내 최초의 대학 조경 교육 프로그램으로 문을 연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는 정원, 공원, 도시 가로와 광장부터 도시 경관과 국토 환경에 이르는 공간과 장소의 계획, 설계, 시공, 관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교육의 좌표를 두고 있습니다. 예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기초 학문 습득,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배양, 실험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 훈련 등을 위해 다양한 유형의 강의와 스튜디오 실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졸업생들은 정원, 가로, 광장, 공원, 주거단지, 도시경관, 리조트 등을 설계하는 조경가, 국토와 도시 혹은 지역 차원의 통합적 계획을 담당하는 조경·도시계획가, 공원녹지·도시경관·국토환경 정책을 이끄는 공무원, 조경·도시·환경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원, 조경가를 양성하는 대학과 교육기관의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조경의 사회적 사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간 문화를 만들어갈 한국 조경학의 다음 50년,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1972년 한국조경학회 창립을 기점으로 잡는다면, 한국 조경학은 이제 50년의 역사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 조경의 역동적 흐름 속에서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는 도시와 경관, 지역과 환경, 삶과 문화의 틀과 꼴을 직조해왔습니다.

 

1970년대 초반의 한국 조경은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경제성장과 국토개발 정책의 산물이었습니다. 급속한 산업화, 경부고속도로 건설, 대규모 관광지 개발은 국토 환경의 훼손을 수반했고, 개발의 환부를 치유하는 방편으로 서구의 전문 직능이자 학문 분과인 랜드스케이프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가 수입된 것입니다. 초창기 조경을 요약하는 단어가 도입과 정착이라면, 1980년대의 키워드는 성장입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조경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과천 신도시 개발과 수도권 1기 신도시 계획은 조경 물량의 양적 증가는 물론 조경설계의 질적 발전을 이끄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서른 개 이상의 대학과 대학원에 설치된 조경학과를 통해 전문 인력이 양산되었고 조경학 연구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1990년대를 대변하는 요약어는 발전과 다양화입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모든 면에서 큰 변동을 겪은 1990년대를 거치며 조경은 분야 발전의 자양분을 얻었습니다. 조경설계사무소의 수가 급증했고 조경가의 사회적 위상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외부 공간에 주목하면서 조경설계 시장은 양적 성장을 거듭했고, 환경의 질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면서 자연형 하천과 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의 비중도 커져 갔습니다.

새로운 21세기의 궤도 속으로 진입하며 조경은 다각도의 변화와 변신을 모색합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조경의 대응은 이념과 이론의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설계 해법과 테크놀로지 적용의 차원으로 이행했습니다. 공간과 형태 중심에서 시간과 과정을 존중하는 쪽으로 설계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었습니다. 조경과 건축의 경계가 흐릿해졌고, 도시의 사이 공간과 경관 인프라가 조경설계의 대상으로 부상했습니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곧 ‘도시를 만드는 조경’이 이론과 실천의 초점으로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21세기 초반의 한국 조경은 선유도공원, 청계천, 서울숲 등 다수의 수작을 생산하며 사회적 조명을 받았습니다. 조경은 환경 시대의 만개, 정보화와 세계화의 가속, 월드컵 개최, 조경 관련 정치 공약과 정책 등 외적 요인에 힘입어 낭만적 풍경을 그려갔습니다. 청계천, 행정중심복합도시, 한강르네상스 등 대형 프로젝트는 조경의 손길로 국토 환경을 돌보고 도시 공간의 큰 틀을 짜는 ‘조경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입증했습니다.

2010년대 이후 한국 조경은 새로운 도전과 진화를 경험합니다. 근현대사의 질곡을 겪은 금단의 땅 용산 미군기지를 공원화하는 장기 계획 과정을 조경가들이 이끌었습니다. 용산기지 공원화 구상,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 용산공원 기본설계 및 조성계획으로 이어진 일련의 현재진행형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조경은 도시와 대형 공원을 긴밀하게 접속시키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특징 중 하나는 정부와 지자체, 공공 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주로 의존해온 제도권 조경이 다양한 민간 프로젝트로 무대를 확장했다는 점입니다. 공공 공간의 설계와 조성, 운영과 관리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시도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도시 공간 거버넌스의 새 장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생 젊은 조경가 세대가 설계 실천을 이끌며 부상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 조경의 제3세대라 할 수 있는 그들은 종래의 거대 담론과 관행적 설계 문법을 뛰어넘어 장소 특정성, 재료의 물성, 디테일 구현 등에 집중하면서 조경 작업의 수월성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2020년대의 한국 조경은 기후 위기, 팬데믹, 인구 감소, 도시 쇠퇴, 디지털 전환이 초래하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2022년, 한국조경학회는 조경의 ‘다음 50년’을 전망하며 ‘한국조경헌장’을 개정했습니다. 헌장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 과제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1.지구 전역의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계획·설계 해법을 마련하고,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실천적 자연기반해법을 제시한다.

2.포스트-팬데믹 도시와 사회에 대처하는 건강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 정의와 공간 복지를 실천한다.

3.공원 네트워크와 그린 인프라 체계를 구축하여 도시 환경과 경관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한다.

4.도시의 사회적 인프라로 작동하는 공공 공간을 형성하고, 시민 참여와 커뮤니티 협력 문화를 실천한다.

5.도시와 경관의 고유성과 지역성을 발굴하고,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적 실험성을 존중한다.

6.아름답고 안전하며 민주적인 장소를 만드는 조경의 전문성과 조경가의 직업윤리를 재정립하여 질 높은 조경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는 한국 조경의 지난 50년을 이끌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간 문화를 창조해왔습니다.

 

한국 조경의 다음 50년을 설계하는 도전적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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